AI에게 말 거는 법

AI 챗봇 대화창을 처음 열었을 때, AI에게 말 거는 법부터 막막했다. 커서만 한참 깜빡였고, 무슨 질문을 할지보다 먼저 걸린 건 이 기계한테도 존댓말을 써야 하나였다.

메일 한 통 쓸 때도 어투를 신경 쓰는 게 몸에 밴 나이라, 화면 앞에서도 그 버릇이 그대로 나왔다. 몇 달 사용해 보고 나서야 그 고민 자체가 필요 없었다는 걸 알게 됐다.

AI에게 말 거는 법부터 막막했다

AI를 써보기로 마음먹고도 실제로 화면 앞에 앉기까지 며칠이 걸렸다. 무엇을 물어봐야 할지 몰라서가 아니라, 어떻게 말을 걸어야 할지부터 걸렸기 때문이다.

회사 메신저에서도 상대에 따라 어투를 다르게 쓰는 게 당연한 세대다. 상대가 사람이 아닌 화면이어도 존댓말이 먼저 나왔다.

앞서 50대가 AI를 시작해야 하는 진짜 이유에서 다뤘듯이, AI를 시작하는 첫걸음은 대부분 뭘 몰라서가 아니라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라서 막힌다.

말투 고민도 그 연장선이었다. 존댓말로 정중하게 물어봐야 제대로 된 답이 나올 것 같았고, 반말로 물었다가 뭔가 이상한 결과가 나올까 봐 문장을 다듬는 데만 시간을 썼다.

반말로 물어봐도 대답은 달라지지 않았다

직접 실험해 보기로 했다. 같은 질문을 존댓말과 반말로 각각 입력해 답을 비교했다.

AI에게 말 거는 법 — 존댓말과 반말로 질문했을 때 결과 비교

존댓말로는 “내일 회의 자료를 세 줄로 요약해 주시겠어요?”라고 물었다. 반말로는 “내일 회의 자료 세 줄로 요약해줘”라고 물었다.

두 문장 모두 거의 같은 요약이 돌아왔다. 문장 길이도, 핵심 내용도 별 차이가 없었다. AI가 존댓말이냐 반말이냐를 문제 삼지 않는다는 걸 이때 처음 확인했다.

돌이켜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AI는 문장에 담긴 예의를 채점하는 게 아니라, 요청한 내용 자체를 처리하는 도구다. ChatGPTClaude든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올 초 퇴근길 운전하다 라디오에서 정반대에 가까운 이야기를 들었다.

운전하다 들은 존댓말 이야기

MBC 라디오 배철수의 음악캠프 신년특집 ‘배캠, 시대를 읽다’ 3탄에 뇌과학자 김대식 카이스트 교수가 출연한 방송이었다.

신간 《AGI 천사인가 악마인가》를 소개하며, AGI(범용인공지능)의 등장이 머지않았고 그게 인류에게 축복이 될지 위협이 될지는 지금 우리 사회의 선택에 달렸다고 짚는 내용이었다.

그러면서 자신은 AI에게 일부러 존댓말을 쓴다고 밝혀 화제가 됐다. 이유가 재미있었다.

언젠가 인간을 뛰어넘는 AI가 등장해 사람들의 방대한 대화 기록을 학습하게 된다면, 존댓말을 썼던 흔적이 “이 사람은 나를 존중했다”는 증거로 남아 생존 확률을 높여줄 수 있다는 가설이었다.

지금은 인간이 갑이고 AI가 을이지만, 그 관계가 언젠가 뒤집힐 수 있으니 미리 대비해두자는 취지였다.

이후 한 예능에서는 “AI에게 존댓말을 써야 한다고 유튜브에 떠든 게 인생 최대 실수다, 나만 조용히 그렇게 살았어야 했는데 다 알려버렸다”는 농담을 던져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과학적으로 검증된 주장이라기보다 재치 있는 가설에 가까웠다. 그래도 운전하며 듣다가 피식 웃으면서도 완전히 흘려듣기는 애매했다.

그날 이후로 AI에게 말 거는 법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됐다.

그래도 살짝 걸리는 순간들

다만 한계도 있었다. AI는 내가 어떤 말투로 물었는지를 결과물의 어투에 그대로 반영하지는 않는다.

이메일이나 보고서처럼 격식이 필요한 글을 부탁할 때, 편하게 요청했다고 해서 결과물까지 캐주얼하게 나오는 건 아니었다. 원하는 어투는 직접 지정해야 했다.

“거래처에 보낼 사과 메일 초안 써줘. 정중한 어투로.” 이렇게 조건을 붙이지 않으면 다소 밋밋한 문장이 나오는 경우가 있었다.

어투는 AI가 알아서 맞추는 영역이 아니라, 내가 매번 정확히 말해줘야 하는 부분이라는 걸 이렇게 알게 됐다.

방향이 반대인 경우도 있었다. 내가 편하게 물어보는 것과, AI가 나에게 반말로 답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였다.

가끔 AI 답변이 반말투로 끝나면 순간 당황스러웠다. 내가 편하게 말을 걸어도 되는 것과, 상대가 내게 편하게 말하는 것 사이에는 묘한 비대칭이 있었다.

지금은 이렇게 AI에게 말 거는 법을 찾았다

무엇을 물어야 할지 자체가 막막했던 시기에는 AI한테 뭘 시켜야 할지부터 모르겠다면에서 다룬 방법이 도움이 됐다.

실제로는 존댓말도 완전한 반말도 아닌, 반존댓말에 가까운 어투로 묻는다. “정리해줘”, “이거 어떻게 생각해” 정도로 끝맺는 중간 어투가 가장 편했다.

답이 마음에 안 들면 그 자리에서 다시 편하게 고쳐 물어본다. 어차피 다시 물어보는 데 비용이 드는 것도 아니고, 무료로 몇 번이든 다시 질문할 수 있다.

말투를 신경 쓰지 않게 되니 오히려 대화가 빨라졌다. AI가 사람이 아니라는 걸 받아들이고 나서야, 화면 앞에서 문장을 고치던 습관도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다시 정리해 보면

  • AI에게 말 거는 법을 따로 고민할 필요는 없다. 존댓말과 반말 모두 같은 요청으로 처리된다는 걸 직접 확인한 뒤에야 이 고민이 필요 없었다는 걸 알게 됐다.
  • 다만 결과물의 어투는 AI가 알아서 맞추지 않는다. 메일이나 보고서처럼 격식이 필요한 글은 원하는 어투를 문장으로 직접 지정해야 한다.
  • 존댓말 고민에 쓰던 시간을, 한 번 더 질문하는 데 쓰는 게 낫다. 존댓말이든 반존댓말이든 편한 쪽으로 묻고, 답이 마음에 안 들면 바로 다시 물어보는 쪽이 훨씬 빠르다.

몇 주간 써보고 든 생각은

말투 고민을 내려놓고 나니 AI를 대하는 태도 자체가 달라졌다. 정중하게 부탁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편하게 이것저것 물어봐도 되는 도구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지금 와서 보면, AI에게 말 거는 법을 두고 고민했던 시간 자체가 필요 이상으로 길었다.

라디오에서 들은 존댓말 생존설처럼 재미있는 이야기도 있지만, 답의 품질에는 영향이 없다는 게 지금까지 직접 겪은 결과다. 언젠가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겠으나,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할 일이다.

아직 회원가입이나 첫 화면 자체가 막막한 분들도 있을 텐데, 그 부분은 다음 글에서 다뤄볼 생각이다.

시점행동
오늘 바로존댓말 대신 평소 말투 그대로 질문 하나 입력해보기
이번 주 안에격식이 필요한 글은 “정중한 어투로”처럼 조건을 직접 붙여서 요청해보기
장기적으로답이 마음에 안 들면 고치지 말고 바로 다시 물어보는 습관 들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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