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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에도 거래처가 보내온 공급계약서와 영업팀이 정리한 제안서가 책상 위에 나란히 쌓였다. 계약서 제안서 검토를 언제까지 이렇게 처음부터 다시 읽어야 하나 싶었다.
AI에게 먼저 맡겨도 되는 걸까, 그 경계가 늘 애매했다. 여러 번 실제로 시도해보고 나서야 그 답의 일부를 찾았다.
목차
계약서 제안서 검토, AI에게 맡겨볼까 고민한 이유
계약서와 제안서는 성격부터 다르다. 계약서는 거래처에서 들어오는 문서이고, 제안서는 우리가 내보내는 문서다.
공급계약서를 받으면 대금 지급 조건, 클레임 처리 기간, 계약 해지 조항부터 살핀다. 조항이 많을수록 우리 쪽에 불리한 문구가 어딘가 숨어 있을까 봐 신경이 쓰였다.
제안서는 반대다. 영업팀이 작성한 초안을 고객사에 보내기 전에 내가 한 번 더 훑는다. 납기나 단가, A/S 조건처럼 나중에 분쟁으로 번질 수 있는 부분이 빠지지 않았는지가 관건이다.
특히 계약서는 조항 하나를 놓치면 다음 분기 정산이나 클레임 처리 단계에서 그대로 문제로 돌아온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 제안서도 다르지 않다. 담당자가 애매하다고 느끼는 순간 신뢰가 흔들린다.
두 문서 모두 한 줄이라도 놓치면 나중에 손해로 이어질 수 있다. 계약서 제안서 검토에 아무리 시간을 들여도 마음이 완전히 놓이지는 않았다. 그 부담을 AI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지 궁금했다.
마침 다른 업무에 AI를 쓰면서 문서를 읽고 요약하는 데는 굉장히 유용하다는 것을 이미 경험으로 알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렇다면 계약서와 제안서에도 적용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문서 성격에 따라 검토 방식을 다르게 가져갔다
계약서 제안서 검토를 AI에게 맡길 때는 문서 성격에 따라 접근을 다르게 했다. 한 가지 방식으로 두 문서를 다 처리하려 하니 오히려 어색한 결과가 나왔던 경험이 있어서다.
계약서는 조항부터 표로 정리해달라고 했다
계약서는 조항이 많고 형식이 정해져 있다. 회사명이나 금액처럼 특정될 수 있는 정보는 지우고, 조항 내용만 그대로 넣어 표로 정리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물품공급계약서에서 대금 지급 조건, 클레임 처리 기간, 계약 해지 조항을 표로 정리해줘. 우리 쪽에 불리하게 읽히는 표현이 있으면 따로 짚어줘.”
표로 정리된 결과를 보니 처음 읽을 때 놓쳤던 부분이 눈에 들어왔다. 책임 소재를 정한 조항에 “상당한 주의 의무”처럼 뜻이 분명하지 않은 법률 용어가 별다른 설명 없이 쓰여 있던 것도 이 과정에서 짚혔다.
이런 표현은 계약서에서 흔히 보이지만, 실제로 어디까지가 우리 쪽 책임 범위인지는 문구만 봐서는 판단하기 어렵다. 정확한 의미를 다시 짚어보는 계기가 됐다.
제안서는 고객 담당자 입장에서 읽어달라고 했다
제안서는 방식이 달랐다. 영업팀이 만든 초안을 그대로 넣고, 고객사 담당자 입장에서 읽어달라고 요청했다.
“이 제안서 초안을 고객사 담당자 입장에서 읽어보고, 설명이 부족하거나 앞뒤가 안 맞는 부분이 있으면 짚어줘. 납기와 단가, A/S 조건이 명확한지도 확인해줘.”
결과를 받아보니 담당자가 헷갈릴 만한 표현을 짚어내는 경우가 많았다. 납기를 “협의 후 결정”으로만 적어둔 부분을 짚으며, 구체적인 주 단위 표현으로 바꾸는 게 좋겠다는 제안도 있었다.
계약서 한 건 검토에 40분 가까이 걸리던 것이 15분 안팎으로 줄었다. 제안서도 훑어보는 데 그치지 않고 빠진 항목까지 확인할 수 있게 됐다.
긴 계약서를 통째로 넣어야 할 때는 Claude 쪽이 더 안정적이라고 느꼈다. 조항이 많은 문서일수록 그 차이가 크게 느껴졌다.

AI 검토로 확인한 것과 확인하지 못한 것
계약서 제안서 검토에서 AI가 잡아낸 건 대부분 표현과 형식의 문제였다. 뜻이 분명하지 않은 법률 용어, 빠진 항목, 애매한 문장은 꽤 정확하게 짚어냈다.
하지만 그 조항이 실제로 법적 효력이 있는지, 상대방이 어떤 의도로 그 문구를 넣었는지는 AI가 판단해주지 않았다. 애초에 AI에게 기대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여러 번 반복하면서 배운 건, AI가 짚어준 목록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중 어떤 항목이 실제로 협상 여지가 있는지는 내가 따로 나눠서 판단해야 했다.
클레임 처리 기간처럼 숫자가 명확한 조항은 AI 지적을 그대로 반영해도 됐다. 반면 표현이 애매한 조항은 업계 관행과 우리 쪽 협상력을 함께 따져야 해서, 그 판단까지 AI에게 넘기지는 않았다.
| 구분 | 내용 |
|---|---|
| AI가 잡아낸 것 | 뜻이 불분명한 법률 용어, 빠진 항목, 애매한 표현 |
| 내가 다시 확인한 것 | 법적 효력, 업계 관행 부합 여부, 상대방 의도 |
회사 자료를 AI에 넣을 때 뭘 조심해야 하는지는 이전에 AI 데이터 보안을 짚어본 글에서 정리했다. 계약서와 제안서도 회사명·거래처명·정확한 금액을 지우고, 조항 내용만 넣는 원칙을 그대로 적용했다. 정보를 지우고 나면 오히려 검토 속도가 더 빨라지는 느낌도 있었다.
이 글은 직접 사용해 본 경험을 정리한 것이고, 계약의 법적 효력이나 조항 해석은 법률 자문이 아니다. 애매한 부분은 변호사 등 전문가 확인을 거치는 것이 맞다.

계약서 제안서 검토, 지금은 이렇게 쓰고 있다
계약서 제안서 검토에 AI를 쓰려면 순서를 먼저 정해두는 게 낫다. AI가 1차로 조항을 확인하고, 이상하거나 추가 확인이 필요한 부분만 내가 다시 들여다보는 순서다. 처음부터 끝까지 AI에게 맡기지는 않는다.
회사명, 거래처명, 정확한 금액처럼 특정될 수 있는 정보는 넣지 않는다. 조항 내용과 항목만 남겨도 검토 목적은 충분히 달성됐다.
나는 주로 Claude로 검토했는데, ChatGPT 쪽을 쓰든 회사명과 금액을 지우고 조항만 넣는 원칙만 지키면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인사평가 초안에 AI를 사용했을 때도 같은 원칙이었다. AI는 1차로 살펴보는 역할이고, 최종 판단은 결국 사람 몫으로 남는다.
지금은 새 계약서나 제안서가 들어오면 회사명·금액부터 지우고 AI에게 먼저 넘기는 게 습관이 됐다. 조항 하나하나를 처음부터 끝까지 붙잡고 있던 시간이 줄었고, 놓치기 쉬운 부분을 먼저 짚어주니 마음의 부담도 덜었다.
이 방식은 계약서·제안서뿐 아니라 다른 업무 문서를 검토할 때도 비슷하게 적용해볼 수 있을 것 같다. 문서마다 무엇을 지우고 무엇을 남길지는 매번 다시 판단해야겠지만.
그 조항을 최종적으로 받아들일지, 어디까지 협상할지를 정하는 일은 여전히 내 몫이다. 어디까지 AI에게 맡기고 어디부터 내가 직접 판단해야 하는지, 나는 아직 그 답을 찾기 위해 계속 알아보고 있는 중이다.